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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광복절날, 독도 하늘길 열렸다


광복절 오전 하이에어 1904편에서 내려다본 독도. 동도(오른쪽) 서도와 선착장 헬기장 등이 선명하게 보인다. 독도 상공=정광진 기자

“독도다 독도! 광복절 날 하늘에서 독도를 보다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도를 되찾은 지 76년이 된 8월 15일 오전 9시 10분쯤. 독도 2,400m 상공에서 비행 궤적을 그리던 대한민국 국적기 하이에어 1904편에 탑승한 48명의 승객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진과 TV 화면으로만 보던 독도가 창 밖에 펼쳐졌다. 민간 항공기가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독도 상공을 관광 비행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 이날 1904편 탑승 행운을 쥔 이들은 국내 최초로 독도 하늘을 날며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대구-울릉도·독도 무착륙 비행에 참가한 승객들이 독도 상공에서 태극기와 아이 러브 울릉공항 등 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승객들이 15일 오전 동해바다 하늘 위를 날고 있는 하이에어 1904편 기내에서 울릉도·독도 퀴즈를 풀며 환호하고 있다. 정광진 기자

8·15 광복절을 맞아 대구공항에서 울릉도·독도 상공을 날아 되돌아오는 무착륙 비행 이벤트가 열렸다. 정부·지자체 업무나 응급 환자 수송 등을 위한 비행은 있었지만, 관광·여객운송 목적의 민간여객기가 독도 상공을 난 것은 사상 최초다. 항공사 관계자는 “삼일절 날 김포공항에서 울릉도 상공을 돌아오는 무착륙비행을 시작으로 그동안 4차례 울릉도 무착륙 비행을 했지만, 독도 상공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벤트는 경북도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 1주년을 기념하고, 2025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 중인 울릉공항 성공 기원을 위해 마련했다.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서울서 10여 시간 걸리는 울릉도 여행길이 1시간 남짓으로 단축된다. 5월부터 무착륙비행을 추진했고, 지난달 28일 항공사가 신청한 독도비행 허가가 지난 5일 나면서 이날 행사가 성사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모한 일반 승객 60여 명과 취재진, 경북도 관계자 등 96명이 1, 2차로 나눠 실시됐다. 광복회와 독도 관련 단체 관계자도 함께 했다.

하이에어 1904편은 8월 15일 오전 '8시 15분' 대구공항을 이륙했다. 프랑스 ATR사가 제작한 ATR72 쌍발 터보프롭 기종이다. 잠시 후 새하얀 구름 사이로 보이는 경북의 산하와 동해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운항고도는 4,500m. 순항고도가 1만m 내외인 대형 항공기보다 크게 낮았다.

독도까지 가는 동안 기내에선 울릉도·독도 퀴즈 대회가 열려 승객들은 독도미역, 울릉도호박엿 등 경북 특산품과 키링 항공권 등 항공사 측이 마련한 선물을 받았다.


대구-울릉도·독도 무착륙비행 이벤트에 참가한 승객들이 15일 오전 여객기에 오르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륙한 지 50분쯤 지나자 기장은 독도가 잘 보이도록 비행 고도를 2,400m로 낮췄다. 잠시 후 저 멀리 독도가 점처럼 눈에 들어왔다. 탑승객들은 “잘 안 보인다”며 갑갑해하기도 했지만, 10분 정도 더 지나야 발아래 독도가 손에 잡힐 듯했다. 맨눈으로 동도와 서도는 물론, 동도 선착장과 헬기장, 등대, 독도경비대 막사와 태양광발전 패널이 또렷했다.

경기 시흥에서 왔다는 한소현(24)·서경(23) 자매는 “혹시 독도를 보지 못하면 어쩌나 가슴 졸였는데 이렇게 볼 수 있게 돼 감격 그 자체”라며 “네 차례 울릉도·독도 여행 때마다 9시간 이상 차와 배를 타야 했고,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입도하지 못한 적도 있어서 아빠한테 ‘비행기 뜨기 전까지 다시는 안 간다’고 했는데, 비행기로 독도 관광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2025년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제일 먼저 비행기로 울릉도를 찾아 기상이 나빠 오르지 못한 독도 땅을 기필코 밟겠다"고 했다.

하이에어 1904편은 독도 상공을 20여 분간 선회한 뒤 울릉도로 기수를 돌렸다. 하얀 구름이 뒤덮은 울릉도는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해안가 일주도로와 울릉공항이 들어설 사동항 등은 또렷이 들어왔다. 여객기는 이륙 2시간 35분 만인 오전 10시 50분 대구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울릉도와 독도를 탑승객들에게 좀 더 오래, 더 잘 보여 주기 위해 애쓰느라 예정 시간보다 35분 더 걸렸다.

민간항공기의 첫 독도 상공 비행이었던 만큼 일본 측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울릉도·독도 무착륙 비행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13일 일본 NHK가 경북도에 취재 요청을 하기도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일부 일본 언론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독도를 관할하는 경북도는 독도영유권을 지키기 위해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울릉도·독도 무착륙비행 이벤트에 참가한 승객들이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항공기에서 내리고 있다. 정광진 기자

정부는 울릉도 사동항에 2025년까지 6,651억 원을 들여 울릉공항을 건설키로 하고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길이 1,200m 활주로 1개와 비행기 11대를 댈 수 있는 계류장, 여객터미널 등을 건설 중이다. 당초 계류장은 6개로 계획됐지만 추후 11개로 크게 늘었다. 일부 군사 마니아들은 울릉공항이 유사시 전투기 이착륙도 가능한 ‘불침항모’로 추켜세우기도 한다. 공항이 완공되면 10시간이 더 걸리는 서울-울릉도 여행 시간이 1시간 남짓으로 크게 단축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립사업은 군공항활주로를 사용하는 대구공항과 군기지 등을 한꺼번에 옮기는 사업이다. 현 공항 부지 매각대금과 정부재정으로 새 공항을 건설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2028년까지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경계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통합신공항과 울릉공항이 새로운 대구경북시대를 열 수 있도록 제대로, 빨리, 잘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앞 바다 위에 건설되는 울릉공항 투시도. 공항 활주로가 이미 완공된 울릉항 방파제 바로 옆에 들어선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독도. 경북도 제공


대구-울릉도독도 무착륙 비행에 참여한 모녀가 독도상공 기내에서 환히 웃고 있다. 경북도 제공